헨리 프로스트:그래. 언제쯤? 아침 먹고 너희집으로 갈까? (정말 심심한가보네. 그런 생각하며 물 틀고 세수한다. 수건 들고 물기 닦으며 다시 말한다.) 아, 오늘 꿈에 네가 나왔어.
젠 마빈 슈트라우스:(대단히 기쁜 듯 작은 웃음소리를 흘린다.) 내가 준비를 해야 돼서 바, 바로는 조금 그렇고. 정오에 역 근처에서 보자. 무슨 꿈을 꿨는데?
헨리 프로스트:무슨 준비를? 일단 알겠어. (슬리퍼 끌고 부엌으로 가서 샐러드 꺼내 그릇에 담는다.) 네가 내 상대 역이라 마법을 걸겠대. 졸업한지가 언젠데 아직도 이런 이상한 꿈을 꾼다.
젠 마빈 슈트라우스:이것저것. 씻어야 되고, 머리 정리도 해야 하고, 옷도 골라야 하고... (잠자코 들으며 말이 없다. 상대 역? 마법?) ...그만큼 은연중에 호그와트를 그리워 한단 거 아니겠어?
헨리 프로스트:멀리 나가려고? (그릇 테이블에 가져다 놓고 앉아서 양상추 씹는다. 그리운가? 눈 굴리며 잠시 생각한다.) 잘 모르겠네. 그냥 터무니없는 꿈 같은데. 넌 어때? 그리워?
젠 마빈 슈트라우스:응. 간만에 만나는 거 여기저기 열심히 돌아 다녀보고 싶어서. 안 돼? (칭얼거리는 목소리.) 난 조금 그리운 것도 같아. 그도 그럴 게 내 소중한 추억 대부분을 호그와트에서 쌓았는 걸. 그 학교가 아니었더라면 우린 여태까지 남남이었겠지... 내 베프가 너라서 다행이야.
헨리 프로스트:나야 좋지. (가볍게 웃는다.) 그런 가정은 의미 없어. 알지? 네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포크로 방울토마토를 콕 찍었다.) 나도 널 만나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젠 마빈 슈트라우스:알지.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짧게 멋쩍은 웃음소리가 들린다.) 그럼 이따가 카페에서 보자. 아침 맛있게 먹어.
헨리 프로스트:(휴대폰 화면에 떠있는 이름 쳐다보다가 대답한다.) 그래. 이따 봐. (통화 종료버튼 누르고 샐러드 마저 먹는다.)
대체 어디서 이런 걸 배워 온 건지, 이대로 가다간 이 녀석이 그대로 노래를 완창해버릴 것 같습니다.
주변의 이목을 견딜 수 없습니다.
젠을 어떻게든 진정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헨리 프로스트:어, 음…. (두리번) 젠, 잠시만. 진정해볼래? (엉거주춤 일어나서 절뚝절뚝 걸어가 젠의 양어깨를 붙잡는다. 눈 똑바로 마주치고 묻는다.) 지난밤 누가 네게 아모텐시아 같은 거라도 먹였니?
젠 마빈 슈트라우스:(웃는 얼굴로 한참을 마주보다가... 불쑥 얼굴 쪽으로 장미꽃 내민다.) 여기가 머글 세계라는 건 누구보다 네가 제일 잘 알잖아. 받아줘, 헨리.
헨리 프로스트:(머뭇거리다 코앞의 장미 일단 받아들기는 했다.) 음, 그래도 이게 네 진심이 아니란 건 알아. (주머니 뒤적여 혹시나해서 챙겨뒀던 카드 꺼내본다.) 마법을 걸었단 게 정말인가보네…. 마법사 대상으로 장난질하는 악질 마법사라도 있나?
(아니 그보다 저 괴물은 뭐지? 마법생물인가? 힐끔 봤다가 꼴이 흉측해서 다시 고개 돌린다.)
젠 마빈 슈트라우스:(대단히도 과장되게 기뻐하다가, 들리는 말에 추욱 처진다.) 이렇게 열심히 준비했는데도 진심처럼 보이지 않는다니... 하지만 네가 받아줘서 기뻐. (그 채로 기대듯 짧은 포옹. 그리고 나가자는 듯 손 잡아채 당긴다.)
헨리 프로스트:미안하지만 사실이니까. (마법세계에는 별별 일이 다 있으니까. 그리 생각하면 나름 있을만한 일인가 싶었다가도 돌아서서 생각하니 또 황당하다. 그래도 침착하게 웃어보인다. 포옹엔 짧은 순간 등도 토닥여줬고. 장미꽃은 손에 든 채로 문을 나선다.) …일단 영화나 볼래?
젠 마빈 슈트라우스:...... (그래도 받아준 게 어딘가. 받아준 게. 네 손에 들려 있는 장미꽃 힐끔거리며 다시금 만족스럽게 웃는다.) 좋아. 근처에 영화관도 있었지.
헨리 프로스트:(팝콘엔 눈길도 안 두고 가만히 기다리다 젠 귀에 속삭인다.) 영화관엔 오랜만에 오는 것 같아. 기대된다.
젠 마빈 슈트라우스:(끔뻑. 마찬가지로 속닥인다.) 또 인기 영화라니까... 네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
광고가 끝나고, 안내 영상이 나오면 곧 불이 꺼지더니 영화가 시작됩니다.
무난하게 재미있네요.
헨리, 듣기 판정합니다.
헨리 프로스트:
듣기
기준치:
40/20/8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히어로와 빌런이 참 요란하게도 싸우네요.
화면이 번쩍입니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만족스럽게 영화를 감상하고 크레딧이 올라 가는 사이, 보통 영화가 끝나면 영화관의 불이 켜지면서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야 하는데, 어느 누구 하나도 일어서지 않습니다.
심지어 아직도 영화를 상영하는 것 마냥 어둡기 그지 없습니다.
헨리 프로스트:(쿠키영상이 남았나… 얌전히 기다린다.)
역시 쿠키 영상이 있나 보죠?
그리고 고갤 돌려 옆자리를 보면….
젠이 없습니다.
헨리 프로스트:(화장실에 갔나? 문자라도 보내려고 휴대폰 꺼냈다.)
휴대폰을 꺼내고, 설마, 설마? 하는 순간,
영화관의 스크린 앞, 무대에 갑자기 스포트라이트가 챠캉, 챠캉 빛이 나면서 무대 위에 서있는 누군가를 비춥니다.
그리고 무대 위에 서있는 것은, 마이크를 든 젠과……….
음향장치를 조정하는 건지 뭔지, 인간처럼 캐주얼 스냅백 모자를 뒤집어 쓰고, 힙합 스타일로 목걸이와 옷을 걸친 채 기계를 만지고 있는 보통 사람보다 좀 더 거대한 크기 의 사람입니다.
극장 내의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개중에는 “기다렸어 ~!!” , “용기 있게 가자!!” 하고 응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젠은 마이크를 잡고 무언가 말하려 합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떻게 할 것인가?
헨리, 정신력 판정합니다.
헨리 프로스트:
정신
기준치:
75/37/15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그냥 계속… 눈만 끔뻑인다.)
젠 마빈 슈트라우스:오늘은 제가 사랑하는 헨리에게,
마음속으로 부터 깊게 감춰왔던 고백을 할까 합니다.
….
헨리가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있는 동안, 젠은 마이크를 잡고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옆에서는 거대한 사람이 음향기기를 조작하자, 잔잔하며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음악이 흘러져 나오고, 하얗던 스크린은 화면이 바뀌면서 움직입니다.
스크린에서 나오는 장면은… 젠과 헨리의 투샷이나, 헨리의 어릴 적이나, 헨리의 개인샷들 입니다.
사진들이 잔잔한 음악에 맞춰, 파노라마로 페이드 인, 아웃으로 스크린을 지나다닙니다.
헨리는 머리가 이제는 머엉합니다.
젠은 마이크를 잡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갑니다.
젠 마빈 슈트라우스:우리가 함께 한 시간 만큼, 나는 당신을 좋아합니다. 사귀어 주세요.
그 말을 끝으로, 젠이 헨리가 있는 방향을 향해 가리키자,
헨리가 있는 객석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고, 관객석에선 박수와 갈채가 쏟아져 나옵니다.
헨리는 괴롭습니다. 어째서 이런 일이?
헨리, 이성 판정합니다.
헨리 프로스트: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1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감소 없습니다.
난리통인 분위기 속에서, 헨리는 얼결에 무대로 나아갑니다.
무슨 답을 해 줄 건가요? 혹은 어떤 답도 주지 않을 건가요?
헨리 프로스트:(앞으로 나와 잠시 두리번거리다가 마른세수한다.) …젠, 아직 꼬시지도 않아놓고 무작정 고백부터 하면 어떡해. (음악 틀어주는 사람이나 저 관객들은 언제 어떻게 모은 거지? 전부 악질 마법사의 짓인가?) 일단 네 고백은 보류할게. (거절하기에는 장난질에 이용당하고 있는 젠이 불쌍하니까…. 그리 생각하고 있으면 문득 존재감을 드러내는 난처하고 피곤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다.) 이쯤하고 나가자.
젠 마빈 슈트라우스:이것도 널 꼬시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틀렸어? (보류한단 말에 표정이 가라앉는데, 혼자 '아냐, 괜찮아. 다음이 있어.'라며 되뇌고 나면 영화관에 들어서기 전처럼 활기 가득한 모습이 된다. 나가자는 말엔 끄덕이고, 네 표정을 흘끔거리며 살폈다.) 헨리, 기분 나쁜 건 아니지?
헨리 프로스트:(표정 가라앉으면 괜히 미안해져 네 볼이나 슥슥 문지른다.) 나도 널 좋아하지만, 이건 아마 연애감정은 아닌 것 같거든. …하지만 네 치명적인 사랑스러움으로 날 꼬셔버린다면 연애감정이 생길지도 모르지……. (같은 이유로 부러 덧붙이는 말이다.) 너는 지금껏 무작정 고백만 했지 네 사랑스러움을 어필하지는 않았잖아. 안 그래? (웃으며 고개 젓고 네 손에서 마이크 떼어낸다.) 어휴, …나가자. (이렇게 오랫동안 광범위한 공간에 마법 사용이 가능하다니, 엄청난 마법 실력자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젠 마빈 슈트라우스:그러니까 고백이 내 사랑스러움의 어필 수단이라고 생각했는데... (눈썹 추욱 처진다.) 나 아직 연애 상대로도 안 보이는 거야? ...어째서지? 나 그렇게 별로야? (허공에 왕왕대는 물음들. 순순히 마이크 놓고 출구 쪽으로 걷는다. 손 그러잡는 것도 잊지 않고.)
헨리 프로스트:우린 친구잖아. 네가 매력적이라거나 별로라거나 그런 문제는 아냐. 진지하게 마음 표현하지 않는 이상 고민해볼 가치가 없지. (한숨 쉬고 머리나 쓰다듬어준다.) 너야말로 진심이야? 내가 네게 반해서 사귄다 자체에나 의의를 두는 것 같은데… 만약 내가 받아주면, 그 이후엔 어쩔건데? …너 나랑 키스할 수 있어? 아니잖아. (손 잡고 느릿하게 걸어나간다. 저 관중들은 무시해도 되는 거겠지? 기사 같은 거 나가려나? 틈틈이 고민도 한다.)
젠 마빈 슈트라우스:(머리 쓰다듬어지면 또 멀뚱히 생각한다. 그러다 문득.) 그렇구나. 누구에게나 마음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선이 있는 거였어. 내 입장에선 방금 같은 이벤트들이 네게 내 사랑을 잘 전해주리라고 믿었지. 헨리, 그런데 네가 바라던 건... (발맞추어 따라가다 슬쩍 붙잡은 손등에 짧게 입 맞춘다.) ...이런 건가? 혹은 이런 거? (아예 붙잡아 세우고 귓가에 속닥인다. 이어 볼에도 쪽.) 내가 못할 거라 생각했어? 네가 바란다면 키스 쯤이야. 내가 항상 이후에 감당할 것들을 헤아린 뒤 행동하는 것 알잖아. 이래도 믿음이 안 갈까...
헨리 프로스트:(손등에 닿는 부드러운 촉감에 앞을 보던 고개 돌리고 자리에 멈춰선다.) ……아니 그런 뜻이…. (귓속말 이후 다가오는 얼굴에 고개 뒤로 무르려다 그냥 뽀뽀 받는다. 난감해 미치겠군. 미간 찌푸린 채 다시 읽었던 카드의 내용을 상기했다. 분명 즐거운 ‘하루’ 되라고 쓰여있었지….) ……젠, 잘 들어. 네 각오와는 관계 없이, 오늘 일어난 모든 일은 내일 눈 뜨고나선 없던 걸로 하는 거야. 만일 내일에도 네 마음이 지금과 같다면 나도 다시 진지하게 고려해볼게. (그렇게 말하는 귀끝이 조금 빨갛다.) 일단 가자….
젠 마빈 슈트라우스:왜 오늘과 내일을 구분짓는 거야? 지금부터 진지하게 고려해주면 안 돼? (히죽이다가 다시금 손 잡는데, 팔짱 낀 것처럼 가까이 달라붙은 채다. 한껏 치대는 중.) 좋아, 가고 싶은 데 있으면 말해 봐. 난 너와 함께라면 어디든 다 좋으니까...!
헨리 프로스트:넌 말해줘도 모를 거다…. (소심함 없애는 주문도 있던가? 암만 봐도 자신이 알고있던 젠과 너무나 다른 모습에 점점 더 한숨만 나온다. 옆에 찰싹 붙은 젠 이끌어 움직인다.) 쇼핑몰에 가볼까?
젠 마빈 슈트라우스:...알겠다. 마음이 헷갈리니까 괜히 핑계 대는 거지? (힐끔. 불길하게 소리내 웃고는 이끄는 대로 신나게 따라간다.) 응, 사고 싶은 물건이라도 있나 봐.
표 값은 싼 편은 아니지만 매번 수준 높은 뮤지컬 팀들이 순회를 하며 공연을 하기 때문에 매니아들은 물론 일반인들 사이 에서도 꽤나 인기가 있습니다.
또한, 데이트 장소로도 떠오르는 장소지요.
현재 하고 있는 공연은 전세계적으로 히트하여,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고 몇 십, 몇 백 번이나 세계에서 공연하고 있는 뮤지컬 <기어드는 혼돈과 사랑>입니다.
안에 들어서면 굉장히 넓은 홀에, 관객들이 거의 꽉 차 있습니다.
과연 인기 뮤지컬이에요!
자리도 제법 좋은 자리를 꿰찼습니다.
하지만 헨리는 긴장을 늦추지 않습니다.
젠이 또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있으면, 젠이 갑자기 헨리의 손을 턱 잡습니다.
젠 마빈 슈트라우스:가자!
예?
가요?
어디를요.
헨리는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습니다.
헨리는 막무가내로 끌고가는 젠에게 이끌려 어쩌다 보니 무대에 올라서게 됩니다.
올라서자 박수와 갈채가 쏟아져 나옵니다.
헨리 프로스트:뭐야, 지금? (덩그러니 섰다.)
놀랍게도 그 채로 진행이 되는데… 무대에 나오는 배우들은 죄다 뱀처럼 비늘이 까슬 까슬하게 달린 괴물 인간들입니다.
헨리, 이성 판정합니다.
헨리 프로스트:
SAN Roll
기준치:
67/33/13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습니다.
그런데 노래를 끝내주게 잘 부릅니다.
젠도 빙글빙글, 과장된 몸짓으로 노래를 부르며 헨리에게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젠 마빈 슈트라우스:나는 첫 눈에 반해버렸지~ 사랑, 두려워하지 않을 거야, 이제~
헨리는 지끈거립니다.
수많은 관객들이 헨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무대는 진행되고 있고, 이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은 맘이…어라…?
헨리, 정신력 판정합니다.
헨리 프로스트:
정신
기준치:
75/37/15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헨리는 가까스로 정신을 다잡습니다.
무대에서 버텨야 합니다.
어디에도 없을 프로의 정신을 발휘합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이 순간의 헨리는 한 명의 “뮤지컬 배우———”
젠도 헨리가 적극적으로 제대로 나오자 제법 당황한 눈치입니다.
헨리는 환상적으로 호흡을 맞춥니다.
관객석의 흥분이 더해집니다.
헨리, 어떤 노래를 부르겠어요?
헨리 프로스트:(언젠가 뮤지컬에도 도전해보고 싶기는 했지만, 그게 지금이 될 줄은. 자연스럽게 노래를 시작한다.) 사랑은 행복하고도 슬픈 것. 아름답고도 추한 것. 영원하지만 한순간에 끝나버릴 감정. 천천히 서로를 배려할 때에야 비로소 말할 수 있겠지. 이것이 바로 고결한 사랑이라고. (거절하듯 돌아선다.)
무대를 성공적으로 끝마치면 박수와 갈채 속에서 헨리는 젠과 성공리에 무대로 내려옵니다.
그리고, “너무너무 멋있었어요!” “최고였어요!!” 하는 비명소리와 함께 남녀 할 것 없이 헨리에게 꽃다발과 선물을 주고 갑니다.
팬이 생긴 것 같습니다.
선물 상자는 열어보면 맛있는 쿠키들이 들어 있고, 꽃다발 속에는 예쁜 장미모양의 팔찌가 들어 있습니다.
젠 마빈 슈트라우스:(팬들에게 선물을 받고 있는 네게 다가가 뒤에서 와락 안겼다.) 헨-리. 되게 잘 하더라. 역시 배우는 다른 건가. 멋있었어. (일전의 가사는 들은 건지 어쩐 건지 맞닿은 볼 마구 부빈다.)
헨리 프로스트:너도 잘하던데. (꽃다발과 선물 옆구리에 끼우고 젠 머리 슥슥 쓰다듬는다.) 그나저나… 그냥 시내에서 놀러 나온 것 뿐인데 짐이 점점 늘어.
젠 마빈 슈트라우스:무거워? 나눠 들어줄까? (만족스럽게 웃으며 찰~딱 붙어있다.)
헨리 프로스트:(쿠키 젠 입에 물려준다.) 아냐, 괜찮아. 짐 넣을 가방이라도 사야할까? (붙은 채로 걸어 미술관으로 이동한다.)
젠 마빈 슈트라우스:(쿠키 오독오독.) 어디서 쇼핑백이라도 받으면 편할텐데. 내 한쪽 손은 늘 비어 있으니까 필요할 때 꼭 말해줘, 알겠지?
헨리 프로스트:그러게. 미술관에서 기념품이라도 살까? (다 먹으면 하나 더 물려준다.) 나머지 손은?
젠 마빈 슈트라우스:좋지. (웃으며 또 오독오독 잘 먹는다.) 네 손 맞잡아야 해서 안 돼. (그제야 떨어져서 손 내밀었다.)
잔잔하고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연 풍경화들을 감상하며 잠시나마 진정과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성이 1 회복됩니다.
헨리 프로스트:(그림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감상한다. 그 이상의 보는 눈은 없어서 입은 꾹 다물렸다.)
헨리, 관찰력 판정이 가능합니다.
헨리 프로스트: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없는 것 같죠.
아름다운 그림들을 감상합니다.
젠 마빈 슈트라우스:(예술에 조예가 없기는 매한가지. 열심히 시선이 그림에 꽂히긴 하나 통 머리에 남는 것은 없다. 문득 붙잡은 손 설설 흔든다.) 헨리, 기념품 사기로 했잖아.
헨리 프로스트:(조금 더 둘러보다가 웃으며 끄덕인다.) 그래. 다 봤으면 나가자. 기념품은 출구 쪽에서 판매하고 있겠지.
젠 마빈 슈트라우스:(저 너머 흘끔.) 으응, 알겠어. (그렇게 순순히 출구 쪽으로 향하던 발걸음이... 순간 전시관의 다른 쪽을 향해 틀어진다.)
헨리 프로스트:(잘 걷다가 걸음이 틀어진다. 휘청거렸다가 절뚝대며 순순히 따라간다.) 또 뭐가 있어? 이번엔 뭘까.
젠 마빈 슈트라우스:...... 저기 굉장한 게 있어. (어서 기대해 줘! 기대해도 좋아! 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
헨리 프로스트:우와~ 기대된다. (웃으며 말이라도 해줬다.)
젠이 향하는 곳을 보면, 불이 꺼져있던 다른 전시관이 불이 환하게 켜지며,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질서 정연하게 오색빛깔의 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뒤늦게 개관이라도 하려는 걸까요?
뒷면이 흰 천으로 가려져 있습니다.
앞 쪽에는 어느새 구경을 하기 위해 모여 웅성거리는 관객들이 있습니다.
젠 마빈 슈트라우스:(어째 표정이 수줍다.) 우, 우리 앞 쪽으로 가자.
헨리 프로스트:……그래! (그래, 귀여우니 된 거지…. 걸어간다.)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한 일(一)자로 주르륵 서고,
젠은 헨리에게 윙크를 하며 그 곳을 향해 앞장서서 걸어갑니다.
설마, 설마.. 설마.
젠은 그 앞에 서서, 어디선가 건네받은 가위를 들고 오색 끈을 잡습니다.
그리고는...
젠 마빈 슈트라우스:헨리 사진전, 개관합니다.
그 말과 함께 오색 끈이 싹뚝 잘리고, 뒷면에 가려져 있던 흰 천이 스르륵 떨어지면서…
그 자리에는 커다란….
헨리의 사진이 드러납니다.
어찌나 큰지 한 벽면이 커다란 액자에 담긴 헨리의 얼굴로 가득 찼습니다.
헨리, 이성 판정합니다.
헨리 프로스트:
SAN Roll
기준치:
68/34/13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습니다.
관찰 판정 역시 가능합니다.
헨리 프로스트: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이것은 헨리의 사진을 한 장, 한 장 모아 모자이크 형식으로 만든 헨리의 사진입니다.
밑에는 ‘사랑하는 헨리에게, 젠이.’ 하고 작품명이 걸려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박수와 갈채가 쏟아져 나오고,
헨리는... 정신력 판정합니다.
헨리 프로스트:
정신
기준치:
75/37/15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곳에서 이성을 잃을 순 없습니다.
당신은 어떠한 상황도 이겨내 왔을 굳건한 사람이니까요.
마이크를 잡고 다시 설명하려 하는 젠을... 어떻게든 말려야 하지 않을까요?
헨리 프로스트:(젠을 붙잡는다.) 잘 봤어. 이제 가자. (이쯤되니 꼬시는 게 아니라 그냥 한 편의 쇼 같다.)
젠 마빈 슈트라우스:나, 나 아직 설명도 다 못 했는데... (허망한 표정이 된다.)
다시 관객들이 술렁이는 소리로 웅성거리며, 검은 양복을입은 무리들이 탐 사자를 저지하려 합니다.
근력 또는 민첩 판정이 가능합니다.
헨리 프로스트:
민첩
기준치:
60/30/12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무슨 설명? (일단 마이크는 빼앗았다.) 해보던지…. (성의가 과도한 작품 다시 한 번 쳐다봤다.)
젠 마빈 슈트라우스:(그렇다면 할 수 있는 한 가장 큰 목소리로 쩌렁쩌렁 외친다.) 이 사람은 제가 아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매혹적인 금색 머리에 꿀처럼 빛나는 밝은 색 피부결, (하고는 네 뒤로 가 양 볼 감싸 얼굴을 모두에게 보여준다.) 오로라를 닮은 듯 아름다운 녹빛 눈동자, 훤칠한 키까지... 저는 이 사람을 무려 20년 간 짝사랑 해 왔지요. (이번엔 손 놓고 뒤쪽을 향했다.) 이 사진은 저희가 함께 기숙학교 생활을 할 때 찍은 것이며... 이것은... (그리고 하나하나 담긴 의미들을 긴 시간 읊어냈다.)
그렇게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른채, 헨리 사진 전시 설명회는 거기서 막을 내립니다.
헨리 프로스트:……아이고. (자신의 쪽팔림 따위는 상관이 없지만, 내일 아침 이불을 뻥뻥 차며 후회할 젠을 지켜주지 못했기에 안타까운 신음만 흘릴 뿐이다.)
고층으로 된 건물로, 이 곳에서 전경을 내려다 보면 도시가 한 눈에 보여 상당히 인기 입니다.
소풍과 나들이도 많이 온다고 하네요.
1층에는 매점과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있으며, 철조망이 있습니다.
철조망 쪽에는 이상하게 커플들이 많습니다.
헨리, 관찰력 판정이 가능합니다.
헨리 프로스트: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건… 사랑의 철조망입니다.
매점에서 자물쇠를 사서 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젠은 이것을 원하는 것처럼 보이네요.
젠 마빈 슈트라우스:헨리. (저 쪽을 쳐다보고 있었으니 호명의 이유도 쉽게 알아채겠지. 뚫어져라 바라본다.)
헨리 프로스트:(어휴. 본인은 미신 안 믿지만, 여러가지로 젠 앞길에 방해라도 된다면 어쩌나 생각했다가… 나중에 찾아서 풀면 되겠지 생각하고 끄덕인다.) 그래, 하자.
젠 마빈 슈트라우스:(붙잡은 손을 놓고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가, 자물쇠를 들고 돌아오는 건 금방이다. 노란색 자물쇠. 어디서 구했는지 마커도 두 개 갖고 왔다. 그러니까... 이름을 쓸 검은색과, 이름 사이 하트를 그릴 빨간색.) 헨리 네 이름 보고 누가 훔쳐가면 안 되는데. (곰곰이.) 우리 편지에 쓰듯이 적어둘래?
헨리 프로스트:(그동안 주머니에 손 찔러넣고 기다리다가 반긴다.) 아, 그거 좋은 생각이야. (그럼 나중에 굳이 떼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한다. 웃으며 볼 문질러준다.)
젠 마빈 슈트라우스:(헤실거리며 웃는다. 고개 돌려 볼 문지르는 손에 짧게 쪽. 검은 마커로 슥삭슥삭 your Z라고 적어놓고 네게 넘겼다.)
헨리 프로스트:(입술 감촉 느껴지면 말없이 제 입술 꾹 모아 누르고 손 뗀다. 자물쇠 받아 그 옆에 your H 라 적고, 하트 그리기 전 휴대폰 꺼내 사진 찍었다.) 짠.
젠 마빈 슈트라우스:아직 하트 안 그렸는데... (부리나케 빨간 마커로 둘 이름 사이 하트 그려두고 다시 내민다.) 이것도 찍어줘, 헨리.
헨리 프로스트:(그럴 줄 알았다며 마냥 웃는다.) 사진이야 얼마든 찍을 수 있지. (다시 휴대폰 꺼내 찰칵 찍었다.)
젠 마빈 슈트라우스:(찍히는 순간에 손으로 브이 만들어 화면에 보이게 슬쩍 들이민다.) 찍은 것들 다 보내줘야 해. 알겠지?
헨리 프로스트:(자물쇠 잡은 손의 손가락 펼쳐 함께 브이한다. 찰칵.) 그래. 내일 보내줄게. (안 보내줄 생각이다.)
젠 마빈 슈트라우스:(작게 미소짓던 입이 꾸물거리며 점점 올라간다. 이미 자물쇠들로 가득한 철조망 휘 둘러봤다.) 위치 선정은 너한테 맡길게. (옆구리 콕콕.)
헨리 프로스트:(정중앙엔 사람이 몰릴텐데, 그러면 희소성이 떨어지고. 가장자리에 걸기엔 왠지 아쉽다. 애초에 이 행위 자체가 사람들을 따라가는 짓인데, 어디에 걸어도 자물쇠로 가득해서 열심히 고르는 건 의미 없지 않나 싶었다가도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있다.) 어렵네. (저벅저벅 걸어가 정중앙에서 한참 위쪽에 달고 나온다.) 어떤 것 같아?
젠 마빈 슈트라우스:저 부근 노란 자물쇠는 우리 것 뿐이고, 저 위에 있으니 우리 말고는 쉽게 훔쳐보지 못할 거란 사실도 좋아. (네가 어디에 자물쇠를 걸었든 모두 만족스러웠겠지만. 입 밖으로 이유 두어 개 꺼내 본다.) 헨리, 내년에도 여기 같이 올래? (슬쩍 손 잡는 것도 잊지 않고.)
헨리 프로스트:그래, 내년엔 더 많은 자물쇠가 걸려서 쉽게 우리 걸 찾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오자. 재밌을 거야. 아쉽다면 그때 또 걸어도 좋겠지. (웃으며 손 단단하게 깍지 끼워 잡는다.) 갈까?
젠 마빈 슈트라우스:응, 좋아.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깍지 껴 잡은 손 설설 흔든다. 고개 기웃거리다 한 켠 가리킨다.) 엘리베이터가 저 쪽에 있던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가면, 사람이 북적거립니다.
넓고 아름다운 하늘과, 도시의 풍경이 확 펼쳐집니다.
이건 제법 장관입니다.
바깥을 내다볼 수 있는 쌍안경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고, 풍경을 바라보며 먹을 수 있는 카페테리아도 있습니다.
그리고 케이블카를 타는 곳도 있네요.
헨리, 듣기 판정이 가능합니다.
헨리 프로스트:
듣기
기준치:
40/20/8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웅성거리는 소리... 사람이 참 많긴 하네요.
헨리 프로스트:오늘따라 사람이 많네…. (혹시 또 뭔가 해뒀나 두리번거린다.)
젠 마빈 슈트라우스:(두리번거리는 너 이끌어 신나게 창가로 향한다. 우와, 하며 연달아 감탄사가 입에서 튀어나온다. 고개 돌려 바라보고 웃었다.) 그만큼 오늘이 데이트하기 적합한 날이란 거겠지?
헨리 프로스트:(끌려가서 함께 커다란 창밖을 내다보면 모든 게 작아 도시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만큼 드넓은 게 세상이고, 커다란 세상을 마주할 땐 익숙한 두려움이 밀려오지만, 옆을 돌아보면 끈질길만큼 언제나 네가 자리하고 있다. 또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는 말은 구태여 하지 않아도 알겠지.) 그러게. 하지만 우리가 지금 함께 하는 일을 꼭 데이트라고 정의내리지 않아도, 오늘이 데이트하기에 좋은 날이 아니라도 괜찮아. 우린 좁은 다락방 안에서도 둘이라면 충분하고, 우리 사이엔 보다 나눌 게 많잖아. (가벼운 연애감정보다 오랜 시간 공들여 채운 마음들이 있다.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피곤 안겨준 일들은 차치하고 어쨌든간 함께해서 즐거웠는데, 오늘이 지나면 이 순간은 젠에게 악몽으로 남을지도 모르니까.)
젠 마빈 슈트라우스:(드넓은 세상 속 붙잡은 손. 시끄러운 인파 속 또렷하게 들리는 네 음성. 잔잔한 말에 멀뚱히 시선 꽂는다. 다가간다.) 지나치게 익숙한 나날들은 곧 빛을 잃고, 그래서 이렇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들이 필요한 법이야. 오늘은 네게 잊을 수 없는 하루가 되겠지. (소리내 웃고는 두 팔 벌려 멋대로 안겼다. 네 체향, 온기, 마음껏 누리다 고갤 들어 마음에 찰 만큼 양 볼에 입술을 부빈다. 몇십 초를 쪽쪽거리더니 이마를 맞대고서야 멈췄다.) 내가 지나치게 사랑스러워서, 혹은 이벤트들에 감동을 먹어서라도. (머리를 살살 틀자 움직임에 앞머리가 간질인다.) 헨리, 나 네가 정말 좋아. (이 감정은 친구로서가 아닐 뿐더러 가볍지도 않다.) 자꾸만 내일이 오면 생각이 달라질 거다, 진심이 아닌 것 같다며 피하지만 그런 모습마저도 이해하고 상처 받지 않을 정도로 널 사랑해. 당장 입 맞추고 싶지만 네가 진정으로 곤란해 할 선 정도는 지켜줄 만큼. (메이드복 입은 일은 그렇다 쳐도. 아무것도 모르는 이로서는 현재 감정에 충실하는 일이 최선이다. 우린 아직 달콤한 꿈에서 깨지 않았다.)
헨리 프로스트:…그래. 아마 절대로 못 잊을 거야, 평생…. (탄식하듯 말하곤 안겨서 전부 내어준다. 볼에 닿는 감촉이 또 생경하게 다가온다.) 네가 내게 사랑을 마주 요구하는 게 오늘만 아니었어도, 어쩌면…… 흔쾌히 내어줬을지 몰라. 오히려 기뻐했겠지. 난 네가 바라는 것을 마음껏 드러내고, 가지며 살았으면 하니까. 속상해하는 모습은 보기 싫을 뿐더러 내가 그렇게 만들기는 더더욱 싫거든…. (하지만 지금으로선 전혀 말도 안 되는 일이지. 과연 젠을 위한 마음에서 꺼낸 말일지, 스스로도 모른 채 웃지도 못하고 양귀만 빨갛게 붉힌다.) …나도 네가 좋아. 사랑하고. 하지만 그래서 안 된다는 거야. (헨리에겐 꿈 속도 꿈을 꾸는 현실이다. 낭만적인 공간, 부드러운 입술과 익숙한 체향. 어쩐지 붕뜬 기분에도… 마법과 분위기 탓하며 흘러가는대로 손놓고 즐기는 건 그 성격에 용납 안 되는 일이므로, 그저 눈 꾹 감고 네 어깨에 얼굴 묻는다.) 정말이지, 오늘 하루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미칠 노릇이라고.
젠 마빈 슈트라우스:(절대로 못 잊을 거야, 평생. 만족스런 답이 들리면 아이 닮은 웃음소리가 까르르 흘러나온다.) 그럼 헨리, 설명해 줘. 오늘이 네게 다르게 다가오는 이유가 뭐야? 기뻐하지도 못하는 이유는? (붉게 물든 귀를 분명히 보았다. 그럼에도 안 된다며 고집부리고 버티는 사유가 있을 테지. 네 머리에 저 또한 가볍게 기댄다. 허리 감싼 손 단단히 그러잡았다. 밀어내고 도망치지 않을 것 알지만.) 꼭 크리스마스 날 잘 놀고 들어와서 할아버지께 혼날까 전전긍긍하는 나처럼 그래. 내가 나쁜 짓 하는 것도 아니고, 너도 좋다니까 된 거 아니야? 응? 헨리.
헨리 프로스트:평소와 너무 다른 네 모습도 그렇고. 내 인생 겪어본 중 비교 안 되게 충격적인 일의 연속이라서. (무얼 묻냐며 침침하게 대답한다.) 젠, 그 마음은 네것이 아니야. 마냥 네가 바라는 걸 들어줬다가는 내일 네 얼굴 볼 면목이 없을 거라고. 틈도 없이 널 아끼고 있으니까, 우리 사이에는 일말의 불편함도 원치 않아. 그게 내 잘못이라면 더더욱 괴로울 거야. (축 힘 빠져서 기대듯 안긴다.) 내가 언제 네게 안 좋을 일 하는 거 봤어? 좋다고 다 되는 거 아니니까 그만 꼬셔, 젠.
젠 마빈 슈트라우스:내 마음이 내 것이 아니라면 지금 뛰는 심장도 거짓이고, 널 끌어안고 있는 난 죽은 사람이게. (낮게 웃는다.) 맹세할게. 내일 부끄러워하지 않고 피하지 않을 거라고. 불편하다 여기지도 않을 거야.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핑계로 들리는데... (안기면 열심히 아껴주고 쓰다듬어준다. 그나저나 그만 꼬시라는 건.) 헨리, 드디어 나한테 꼬셔진 거야? 내가 사랑스러워 죽겠어?
헨리 프로스트:아냐, 그런 게 있어. 아무튼 네 거 아냐. 지금 맹세한대도 내일 일은 정말 누구도 모르는 거라고. (그 상태로 잠시 고민한다. 만일 그렇다고 말하면 그만두려나?) …그래. 사랑스러워 죽겠어. 이제 만족해?
젠 마빈 슈트라우스:...... (잠깐 말이 없다. 그러고 나면 짧은 정적이 무색하게 열심히 부둥부둥.) 한 번만 더 말해줘.
헨리 프로스트:(뭐지? 끔뻑끔뻑…) …사랑스러워, 젠.
젠 마빈 슈트라우스:(속삭이듯 작은 웃음 속에 기쁨이 적나라하게 배어 나온다. 찬찬히 몸을 떨어트리면 상기된 얼굴이 너를 마주한다.) 너도 그래. ......우리 케이블카 타러 가자! (손 붙잡아 익숙하게 이끈다.)
헨리 프로스트:…알지. (아. 아니구나. 속으로 쳇 하고 혀차며 끌려간다. 자꾸만 뜨거운 애정 드러내는 젠에게 말려들 것만 같아 잡지 않은 손으로 제 뜨거운 귀나 좀 문지른다.) 응, 가자….
짧게 줄을 서고 기다리면, 산과 산을 넘나드는 케이블카에 오를 수 있게 됩니다.
아까 바라봤던 풍경 너머까지 닿을 수 있게 되었네요.
젠 마빈 슈트라우스:(너 먼저 밀어 넣고는, 굳이 옆자리 차지하고 앉는다. 무언갈 바라는 것처럼 초롱한 눈빛.)
헨리 프로스트:(옆에 앉은 젠 얼굴 물끄러미 보다가 웃으며 휴대폰 꺼내 함께 사진 찍는다.)
젠 마빈 슈트라우스:(물을 엎지른 양피지마냥 추우우우욱 처졌다.) ...그을쎄. (또 뭔가를 궁리하는 듯 눈이 데굴데굴 굴러간다.) 너는? 탈 수 있어?
헨리 프로스트:또 뭐가 있구나? (네 마음대로 해라. 포기한 심정으로 제 다리를 내려다본다.) 속도를 빠르게 내긴 어렵겠지만, 할 수 있을 것 같아. (웃으며 말하곤 보호구와 헬멧, 스케이트를 받아 품에 안고온다.)
젠 마빈 슈트라우스:으응. 스케이트장 주변에 잡을 수 있는 봉도 있고, 여차하면 내 손도 있으니까... (하긴, 해보기도 전에 포기하는 사람은 아니었지. 마찬가지로 맞는 보호구, 헬멧, 스케이트를 받아서 벤치로 향한다. 제 것은 되는 대로 옆에 밀어두곤 네 앞에 쭈그려 앉았다.) 헨-리. 내가 신겨줄게.
헨리 프로스트:(먼저 무릎과 팔꿈치 보호구를 착용한다.) 네것부터 챙기지 그래. 나도 이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웃으며 고개 젓는다.)
젠 마빈 슈트라우스:.............응. (입 꾹 다물고 조용히 옆자리에 앉아 따라 보호구 착용하기 시작한다. 힐끔, 힐끔...)
헨리 프로스트:(헬멧까지 쓰고 벤치에 앉아 한발씩 스케이트를 신는다. 덩달아 흘끔…) 왜?
젠 마빈 슈트라우스:(눈 마주치면 또 어색하게 굴다가... 척척 스케이트까지 신고는,) ...아무것도 아니야. (옷자락 붙잡고 일어섰다. 꽤 안정적인 폼이다.) 갈까?
헨리 프로스트:그래? (끄덕이며 저도 엉거주춤 일어선다. 엉금엉금… 중심 잡아보다가 손 내민다.) 잡아줘, 젠.
젠 마빈 슈트라우스:응, 헨리. (당연하다는 듯 그 손 맞잡는다. 그제야 표정이 조금 폈다.) 입구까지 천천히 가 보자.
헨리 프로스트:(잡은 손에 힘주고 어기적거리며 스케이트장 입구까지 걷는다.) 바닥이 미끄럽네….
젠 마빈 슈트라우스:(눈 데굴. 한 번 주욱 미끄러지는 시늉한다.) 그러게. 잘 굴러가라고 일부러 더 미끄럽게 만들어 뒀나 봐. ...감 잡을 때까지만 끌어줄까?
헨리 프로스트:(미끄러지는 시늉 보고 놀라서 손에 힘 꽉 준다. 스케이트장에 발 들이면 매끄러운 바닥에 또 두리번댄다.) 응, 도와줘. 영 어색하네….
젠 마빈 슈트라우스:(약간의 자신감이 피어오르는 얼굴로.) 나, 나만 믿어. 오늘을 위해서 잠도 자지 않고 롤러스케이트장에서 특훈을 했거든. (입 가리고 수상하게 웃다가, 마주 보고 선 자세로 나머지 한 손 더 내민다.)
헨리 프로스트:뭐? (진심인가? 생각하며 나머지 손도 잡는다.) 든든하긴 하네. (픽 웃고 손에 더 힘준다.) 천천히 가, 젠.
젠 마빈 슈트라우스:(웃으며 뒤도 안 보곤 능숙하게 나아간다. 사람들이 은근히 피해주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속도 내는 편이 재미있을 텐데... 별로야? 천천히 갈까?
헨리 프로스트:혼자라면 몰라도 같이 엉켜서 넘어지면 어떡해. (또다시 두리번거린다. 하지만 어쩐지 가는 방향대로 쭉 길이 나있는 것 같아 끄덕인다.) 지금이라면 괜찮을지도 모르겠고… 조금은?
젠 마빈 슈트라우스:같이 넘어지더라도 내가 온 몸으로 널 받아줄게. 아픈 일 없도록. (윙크. 점차 속도를 붙인다. 아주 쌩쌩 달려나간다.) 어때, 헨리?
헨리 프로스트:…아니, 그건 좀. 속도도 너무 빠른데…. 그리고 뒤를 좀 보는 게 어때? (미간을 찌푸린 채 두 손만 꽉 잡았다.)
젠 마빈 슈트라우스:나만 믿으라고 했잖아. (빠르단 말에 조금씩 느려지는 듯 하더니 난간 쪽으로 향한다. 등을 꾸웅ㅡㅡㅡ!! 하고 부딪혔다. 물론 젠만. 눈물 찔끔.) .......이, 이제 직접 타 볼래?
헨리 프로스트:(난간에 충돌하는 충격과 관성에 눈 휘둥그레 뜨고 젠 품에 쿵 부딪힌다. 난간 붙잡고 품으로부터 몸을 바로세우며 정신차린다.) ……그러게, 내가 말했잖아. 속도를 줄이고 앞을 보라고, 젠…. (마구 미소 띤 얼굴로 떨어진다.) 그래, 이젠 혼자도 탈 수 있을 것 같다.
둘이 떨어지자 툭, 누군가가 “아, 죄송합니다.” 하고 헨리와 툭 부딪힙니다.
헨리 프로스트:괜찮습니다. (돌아보며 꾸벅 인사한다.)
그것이 누군지 확인하면… 카페에서 보았던 고무 질감의 그 사람(?)이 안전 장비를 꽉꽉 장착하고 콜라를 쭉쭉 빨며 지나갑니다.
헨리 프로스트:? (살다보니 정말 별일이 다 있네. 생각하며 천천히 발을 구른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면….
바로 옆에 있던 젠이 어느샌가 또 사라지고 없습니다.
또다, 또야! 또 무슨 일을 저지르려고!
헨리는 절로 식은땀이 주륵 흐릅니다.
하지만 이제는 마음의 결심 정도는 할 수 있겠죠. 암요.
헨리 프로스트:……어휴. (때가 되긴 했지.)
결심을…하려…했어야…했는데…
어디선가 젠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젠 마빈 슈트라우스:헨리———!!!
스케이트장의 끝에서 젠이 스케이트를 타고 고속으로 접근합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뒤에 풍선이 주렁주렁 달려 있어요.
그렇습니다.
말 그대로 주렁주렁 달려 있어요.
풍선을 주렁주렁 매달고 오는 젠은 롤러 스케이트를 또 타기는 엄청나게 잘 탑니다.
프로도 저리 가라예요.
그리고 달려오는 젠의 옆으로, 아까 보았던 고무 질감의 인간, 아니 괴물들이 닌자 처럼 쇽쇽쇽 나타나 젠이 지나는 길에 초를 엄청난 속도로 놓습니다.
프로보다 더 합니다.
말 그대로 인간이 아닌 정확도와 속도에 헨리는 거기에 쇼크를 받습니다.
헨리, 이성 판정합니다.
헨리 프로스트: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습니다.
그리고 젠이 지나간 자리로, 초들이 장식되고…
젠이 끼긱, 소리를 내며 멈추면…
이건…하트 모양…?
초가 하트 모양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그 안에 젠은 풍선들을 매달고 서있습니다.
이거… 또… 저기서 뭔가를 할 참인가 봅니다.
헨리, 정신력 판정합니다.
헨리 프로스트:
정신
기준치:
75/37/15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워낙 순식간에 엄청난 일들이 지나간 탓에, 헨리는 정신을 놓고 멍을 때립니다.
넋을 놓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막기에는 너무 많은 인원이 모여버렸습니다.
다들 “뭐야, 뭐야?”하면서 웅성거리면서 모 여들고, 그 사이에 젠이 있습니다.
어디선가 초에 불이 붙여지면, 촤라라락- 순식간에 아름다운 빛으로 빛나는 촛대의 길이 완성됩니다.
그 안에서 젠은 풍선을 대롱대롱 매달고, 헨리를 향해 격렬한 눈빛을 보냅니다.
저 눈빛은 촛불보다도 더 뜨겁고 정열적입니다.
젠 마빈 슈트라우스:나의 피앙세가 되어주시죠, 작은 아기 고양이——
젠은 그렇게 그윽한 눈빛으로 헨리에게 손을 건넵니다.
소름이 오소소 돋습니다.
헨리 프로스트:도대체 청혼을 몇 번이나 하는 거야. (아까 젠이 끼워줬던 반지를 보며 고개 젓는다.) 싫어요.
손을 잡지 않으려고 해도, 초를 까는 것을 도와 주었던 고무 질감의 괴물들이 강제로 헨리의 손을 잡아다 끌고 젠과 손을 잡게 합니다.
헨리 프로스트:아오
스트레스로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이성 판정합니다.
헨리 프로스트: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감소합니다.
젠 마빈 슈트라우스:싫다 말했지만...... 전부 부끄러워서 그런 거지? 네 마음 다 알아. (후훗. 웃으며 잡은 손 이끌어 스케이트장을 한 바퀴 돈다.)
헨리 프로스트:알기는 뭘 알아, 네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끌려간다.)
헨리와 젠은 “행복하세요—“라는 소리를 함께 등지고 롤러 스케이트장을 빠져나옵니다.
대여한 물품들을 반납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젠 마빈 슈트라우스:눈만 봐도 네가 무슨 생각 하고 있는지 가늠이 돼. (나와서 폭 안겼다.)
헨리 프로스트:정말로? (끔뻑) 틀렸다고 말하는데도? (안긴 머리나 쓰다듬는다.)
젠 마빈 슈트라우스:그것도 부끄러워서잖아. (눈 땡글....... 하게 뜨고 쳐다본다.)
헨리 프로스트:정말로 내가 좋아한다 말하는 거나, 이벤트 같은 걸 부끄러워한다고 생각해? (마주 쳐다본다.)
젠 마빈 슈트라우스:(어김없이 뽀뽀 세례 날리곤 능청스레 웃는다.) 아니야? 틀렸어?
헨리 프로스트:너 나를 그렇게 몰라? 아님 모른 척하는 거야? (눈 꾹 감고 뽀뽀세례 받다가 떼어낸다. 이끌고 공원으로 간다.)
젠 마빈 슈트라우스:한 번 쯤은 져줄 줄 알았어. 내가 그렇게 많이 좋아한다, 좋아한다 이야기 했는데 말이지... (집요한 시선이 얼굴에 꽂힌다.)